일본은 지역마다 개성과 역사를 간직한 고전 게임장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아키하바라 같은 중심지를 넘어 지방 곳곳에서도 1980~90년대 감성을 간직한 오락실을 만날 수 있으며, 각기 다른 분위기와 게임 라인업으로 레트로 마니아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일본 각지의 추억 게임장을 소개하고, 지역 특색과 체험기를 통해 고전 게임 문화의 진면목을 전달합니다.
1. 홋카이도 삿포로의 빈티지 오락실 탐방
일본 최북단의 대도시 삿포로에는 도시 규모에 비해 레트로 오락실 밀도가 높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곳은 ‘레트로 스페이스 산토리움’이라는 오락실 겸 박물관입니다. 이곳은 1980~90년대 오락실 기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공간 전체가 마치 당시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CRT 모니터, 원형 아케이드 버튼, 복고풍 간판까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실제 그 시절을 경험한 세대는 물론, 처음 접하는 MZ세대에게도 특별한 인상을 남깁니다. 산토리움에서는 '갤러그', '버블보블', '그라디우스', '파이널 파이트' 같은 아케이드 명작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시간제 요금으로 무제한 플레이가 가능해 체류 시간도 길어지는 편입니다. 또한, 게임 외에도 과거 오락실 포스터, 게임 코인, 카세트 게임기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작은 전시관 역할도 합니다. 특이한 점은 이 오락실을 운영하는 주인이 게임 관련 수집가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게임 기계와 장비는 1인 수집으로 확보되었으며, 고장 난 기계도 직접 수리해 복원한 결과물입니다. 이에 따라 기계 한 대 한 대가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이용자들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합니다. 홋카이도라는 지역적 특성상 한적한 분위기와 여유 있는 이용이 가능하며, 레트로 게임을 조용히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는 최고의 장소로 손꼽힙니다. 관광객들도 이색 명소로 찾고 있으며, 일본 내 고전 게임 보존 공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큐슈 후쿠오카의 지역 특화 아케이드
일본 남부 지역 규슈의 중심 도시 후쿠오카에는 현지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는 고전 오락실이 여럿 있습니다. 특히 ‘게임 센터 유메노카타치’는 큐슈에서 가장 유명한 복고 오락실로, 외관부터 내부까지 철저히 80년대 감성을 유지하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단순히 고전 게임만 비치된 공간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며 지역 커뮤니티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게임 목록은 전형적인 벨트스크롤 액션, 슈팅, 격투 게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트리트 파이터 II', '메탈 슬러그', '1942', '던전 앤 드래곤즈' 등 대부분 실기판 기반으로 운용됩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기계들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점검이 이루어지며,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지원합니다. 후쿠오카 오락실의 특징은 지역성과 밀접한 연결입니다. 인근 상점과 연계된 이벤트, 지역 축제 기간 중 운영되는 게임 대회 등은 단순한 오락실을 넘어서 지역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을 찾던 이들이 자녀와 함께 방문하는 세대 간 공유 공간으로도 기능하며, 유대감이 매우 깊습니다. 이 외에도 레트로 감성의 음악을 트는 DJ 부스, 음료 자판기, 지역 식재료로 만든 스낵 코너 등 유니크한 요소들이 어우러져 게임 그 이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규슈 여행 중 고전 게임에 관심이 있다면 후쿠오카의 게임장은 필수 방문 코스로 손색이 없습니다.
3. 고전 게임의 성지, 간사이 오사카
오사카는 고전 게임 문화를 일본에서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특히 ‘닛폰바시 덴덴타운’ 지역은 도쿄 아키하바라와 쌍벽을 이루는 전자·게임 거리로, 레트로 게임 매장과 오락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 지역의 오락실들은 상업적 운영보다는 취미 기반의 매니악한 운영이 많아, 특정 장르에 특화된 고전 게임을 심도 깊게 체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오락실인 ‘레트로 게임 바 루비콘’은 술과 함께 고전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내부에는 30여 대의 고전 게임 기계가 마련되어 있으며, 손님들은 좌석에 앉아 음료를 즐기며 아케이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더블 드래곤', '고스트 앤 고블린즈', '겟스타', '네오지오 격투 시리즈' 등 고전 명작들이 다채롭게 비치되어 있고, 매주 테마별로 기기 세팅이 바뀌어 항상 새로움을 제공합니다. 오사카 오락실의 또 다른 강점은 운영자와의 소통입니다. 대부분의 고전 오락실은 마스터(운영자)가 게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 게임에 대한 질문이나 히스토리도 바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오사카에서는 단골손님과 운영자 간의 교류가 활발하며, 운영자가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나 SNS를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러한 친근한 분위기 속에서 고전 게임은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오락실 자체가 하나의 ‘교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오사카 특유의 유쾌하고 열린 문화가 이를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일본 각지의 고전 게임장은 지역마다 색다른 매력을 갖추고 있으며, 단순한 게임 장소가 아닌 지역 문화의 일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도쿄의 중심지뿐만 아니라, 삿포로의 정적, 후쿠오카의 따뜻함, 오사카의 유쾌함이 고전 게임이라는 공통 언어 아래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의 다음 일본 여행이 계획 중이라면, 추억 속 게임장으로의 시간 여행을 떠나보세요.